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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by 파란 사람 2025. 12. 26.

슬픔은 갑자기 찾아오는 감정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은 오래 쌓여 있다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잃어버린 것, 닿지 못한 마음, 말하지 못한 문장들이 마음 한켠에 남아 있다가 어느 날 문득 숨을 무겁게 만든다. 그래서 슬픔은 사건보다 기억에 가깝다.

슬픔은 우리를 약하게 만들기보다, 멈추게 만든다. 더 빨리 가라고 재촉하던 시간에서 한 발 물러서게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그 과정은 아프지만, 동시에 정직하다. 슬픔 앞에서 우리는 꾸밀 수 없고,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마주한다.

사람들은 슬픔을 없애야 할 감정으로 여기지만, 슬픔은 관계의 증거이기도 하다. 아프다는 것은 그만큼 소중히 여겼다는 뜻이고, 눈물이 난다는 것은 마음이 아직 닫히지 않았다는 신호다. 슬픔은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흔적이다.

슬픔은 혼자 견딜수록 깊어진다. 말로 꺼내지 못한 감정은 마음속에서 반복되며 무게를 더한다. 반대로 누군가에게 건네진 슬픔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형태를 바꾼다. 이해받는 순간, 슬픔은 고립이 아닌 연결이 된다.

슬픔은 언젠가 끝나기보다, 서서히 옅어진다. 완전히 사라지지 않기에 우리는 더 섬세해지고, 같은 아픔을 지닌 사람을 알아본다. 슬픔은 삶을 어둡게만 만드는 감정이 아니라, 마음의 깊이를 넓히는 경험이기도 하다.